정희
“최성구 씨에게는 약혼한 처녀가 있으며…….”
“최성구 씨는 혼인 문제 때문에 약혼자의 고향인 T군으로 내려갔으니
…….”
이러한 편지를 처음으로 받았을 때는 정희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성구와
근 일 년을 교제(라 할까?)를 하는 동안에 정희는 성구에게서 그댓 이야기
는 듣지는 못한 - 뿐만 아니라 정희에게는 어떠한 여자와 혼약을 한 사내가
근 일 년이나 다른 여자(정희 자기)와 교제를 하면서 한번도 혼약한 여자를
찾아가 보지도 않는다는 것은 믿지 못할 일이었다.
김동인(1900~1951)은 192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이자 현대 소설의 지평을 연 작가이다. 1919년 동인지 『창조』를 내고 여기에 단편 「약한 자의 슬픔」 · 「마음이 여튼 자여」 · 「피아노의 울림」 등을 선보인 김동인은 1921년에도 『창조』 9호에 단편 「배따라기」를 비롯해 「목숨」 · 「연산군」 · 「전제자」 · 「딸의 업(業)을 이으리」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1930년에 들어 김동인은 파산과 부인의 가출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죄와 벌」 · 「배회」 · 「증거」 · 「순정」 · 「구두」 · 「포플러」 · 「신앙으로」와 예술가의 생애를 탐미적으로 그린 「광염(狂炎) 소나타」 · 「광화사」 등을 잇달아 내놓는다.
“소설가는 인생의 회화(繪畵)는 될지언정 그 범위를 넘어서서는 안 되는 것이며 될 수도 없는 것이다.”라고 객관적이면서도 독자성에 입각한 작가론을 펼쳤다. 일생동안 공백기 없이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