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17
3
0
3
2021-04-17
<논 이야기>는 채만식의 단편소설이다.
일인들이 토지와 그 밖에 온갖 재산을 죄다 그대로 내어놓고 보따리 하나
에 몸만 쫓기어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한생원은 어깨가 우쭐하였다.
“거 보슈 송생원. 인전 들, 내 생각 나시지?”
한생원은 허연 탑삭부리에 묻힌 쪼글쪼글한 얼굴이 위아래 다섯 대밖에 안
남은 누런 이빨과 함께 흐물흐물 웃는다.
“그러면 그렇지, 글쎄 놈들이 제아무리 영악하기로소니 논에다 너귀탱이
말뚝 박구섬 인도깨비처럼, 어여차 어여차, 땅을 떠가지구 갈 재주야 있을
이치가 있나요?”
한생원은 참으로 일본이 항복을 하였고, 조선은 독립이 되었다는 그 날 ─
팔월 십오일 적보다도 신이 나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