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는 강경애의 소설이다.
“이애, 큰아부지 만나거든 쌀 가져 온 인사를 하여라. 잠잠하고 있지 말고.”
저녁술을 놓고 나가는 아들의 뒷덜미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하였다.
바위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잠잠히 나와 버리고 말았다.
사립문 밖을 나서는 길로 그는 홍철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이나 무
슨 기별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났던 것이다. 홍철의 집까지 온 그는 한참
이나 주점주점하고 망설이다가 문안으로 들어서며 기침을 하였다. 뒤이어
방문이 열리며 내다보는 홍철의 아내는,
“오십니까. 그런데 오늘도 무슨 기별이 없습니다그려.”
바위가 묻기 전에 앞질러 이런 걱정을 하며 어린애를 안고 나온다.
강경애(1907년~1943년) 는 황해도 송화 태생이며, 193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이다.
지배와 피지배 집단의 모순, 특히 착취당하는 여성에게 주목한 동반자 작가이며, 소설 속에 억압에 대한 뚜렷한 사회적 인식이 들어 있다.
1931년 『조선일보』에 단편소설 「파금(破琴)」을,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을 『혜성』(1931)과 『제일선』(1932)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단편소설 「부자」(1934)·「채전(菜田)」(1933)·「지하촌」(1936) 등과 장편소설 『소금』(1934)·『인간문제』(1934) 등으로 1930년대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