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는 현진건의 장편소설이다.
서울의 봄은 눈 속에서 온다.
남산의 푸르던 소나무는 가지가 휘도록 철겨운 눈덩이를 안고 함박꽃이 피었다. 달아나는 자동차와 전차들도 새로운 흰 지붕을 이었다. 아스팔트 다진 길바닥. 펑퍼짐한 빌딩 꼭지에 시포(屍布)가 널렸다. 가라앉은 초가집은 무거운 떡가루 짐을 진 채 그대로 찌그러질 듯하다. 푹 꺼진 개와골엔 흰 반석이 디디고 누른다. 삐쭉한 전신주도 그 멋갈없이 큰 키에 잘 먹지도 않은 분을 올렸다.
빙허 현진건(1900_1943)은 일제 강점기 소설가이자 언론인, 독립운동가이다. 월탄 박종화와 사돈이다. 김동인, 염상섭과 더불어 초기 단편소설의 정립에 기여한 작가로서, 흔히 한국의 '체흡'이라고 부른다. "백조"의 동인으로 1920년 처녀작 "희생화"를 비롯하여, "빈처", "술 권하는 사회", "타락자", 등 초기 작품을 거쳐, "운수 좋은 날", "불", "할머니의 죽음", "B사감과 러브 레터" 등 짜임새 있는 단편을 발표하였다. 장편으로 불국사 석가탑 건립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무영탑"과 "적도", "흑치상지", "미완성" 등을 남겼다. 특히 그는 문장 표현에 재기가 있어, 이 시기에 있어서 가장 치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작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