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 2천리>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허민 작가의 기헹문이다.
평양선 만포선(滿浦線)을 바꿔 타기는 9월 28일 아침 아홉 시였다.
가을을 접어든 으법 시퉁그러진 날씨인데 이날은 이곳 하늘을 무수한
비행기가 날고 있다고 자못 흥미스럽게 여긴 것도 어느새 차(車)는 몇 개의
산을 포개고 말았다.
어젯밤 서울을 떠나오는 차 속엔 벗 두 사람의 안면뿐, 다른 이들은
하나나 나에게 인정(人情)을 보여 주지 않았다. 나는 종시 새벽까지 서서
견뎠다. 허리와 다리는 하찮은 몸을 가지고 나선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허민 (1914년~1943년 봄)
경남 사천 출신이며 본명은 허종(許宗)이고, 민(民)은 필명이다. 시와 소설, 수필과 동화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폐결핵으로 29세에 요절했다.
화봉(華峰) 유엽(柳葉) 시인의 가르침과 향파(向破) 이주홍(李周洪)의 영향으로 문학에 뜻을 세웠다. 1936년 12월 『매일신보』 현상 공모에 단편 「구룡산(九龍山)」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40년 시 「야산로(夜山路)」를 『문장(文章)』에 시인 유엽 추천으로 발표하였고, 1941년 단편 「어산금(魚山琴)」을 『문장』에 이태준 추천으로 발표하였다. 1941년 시 「해수도(海水圖)」를 『만선일보』에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