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47

슬픈 모순

양건식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49 3 0 3 2021-03-27
슬픈 모순 새벽 다 밝을 임시에 어수선 산란한 꿈을 꾸고 이내 깨어 자리 속에서 뒤 치적거리다가 일어나면서부터 머리가 들 수 없이 무거워 무엇이 위에서 내 리누르는 것 같아서 심기가 슷치 못한 나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서재(즉 침방)에 꾹 들어앉은 채로 멀거니 서안(書案)을 대하고 앉았다.

보리방아

채만식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87 3 0 2 2021-03-27
채만식의 <보리방아>는 일제의 농업 정책을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남방의 농촌에는 이런 풍경도 있다. 용희(容姬)는 그늘 짙은 뒷마루에 바느질을 차리고 앉아 자지러지게 골몰해서 있다. 샛노란 북포로 아버지의 적삼을 커다랗게 짓고 있는 것이다. 날베가 되어서 여기 말로 하면, 빛은 꾀꼬리같이 고와도 동리가 시끄럽게 버석거린다. 급한 바느질이다. 그러나 거진 다 되어간다. 고의는 벌써 해서 옆에다 개켜놓았고 적삼도 시방 깃을 다는 참이다. 그래도 용희의 손은 바쁘게 놀고 있다.

태평천하

채만식 | 유페이퍼 | 2,000원 구매
0 0 107 3 0 1 2021-03-27
저 계동(桂洞)의 이름난 장자(富者[부자]) 윤직원(尹直員) 영감이 마침 어디 출입을 했다가 방금 인력거를 처억 잡숫고 돌아와 마악 댁의 대문 앞에서 내리는 참입니다. 간밤에 꿈을 잘못 꾸었던지, 오늘 아침에 마누라하고 다툼질을 하고 나왔던지, 아뭏든 엔간히 일수 좋지 못한 인력거꾼입니다.

사위

이무영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00 3 0 1 2021-03-27
<사위>는 이무영의 소설이다. “통 못 채셨어요. 그런 눈칠?” 밑도끝도없이 불쑥 말을 하는 것이 아내의 버릇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 돌아다보려니까, 아내는 마구리도 빠진 헌 맥고모자에 모기장을 어깨 까지 뒤집어쓰고는 몸이 달아서 왕봉을 찾고 있다. 언제 누가 얘기를 걸었더냐 싶게 소광(巢框 양 귀퉁이를 엄지와 둘째손가락으로 가벼이 들고 뒤 적인다. 인제 아주 손에 익은 솜씨다. 벌〔蜂[봉]〕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뒤집어놓았다고 끄무레한 날씨 탓도 있기는 하지만 적의 본거지를 발견한 전투기처럼 아내의 머리를 에워싸고 법석이다.

재생(상)

이광수 | 유페이퍼 | 2,000원 구매
0 0 85 3 0 2 2021-03-27
재생-상편 청년회에 열린 추기 음악회가 아직 다 파하기도 전에 부인석에 앉았던 순영( 淳英) 은 슬며시 일어나서 소곳하고 사뿐사뿐 걸어 밖으로 나온다. 그의 회색 삼팔 치마는 흐느적흐느적 물결이 치는 대로 삭삭 하고 연한 소리를 내며 걸음 발마다. 향수 냄새가 좌우편 구경군이 코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잠깐 무대에서 눈을 돌려 순영을 바라보고는 픽픽 웃기도 하고 수군수군 하기도 하였다. 〔순영이다〕

해고

강경애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68 3 0 1 2021-03-27
<해고>는 1930년대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한 강경애의 단편소설이다. 사랑으로 통한 샛문이 홱 열렸다. “이 사람아, 원 그렇게 못 듣는 담. 이리 좀 나오게.” 새끼 꼬기에만 열중하였던 김서방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아 이리 나와!” 버럭 지르는 소리에 김서방은 어리둥절하여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무슨 잘못으로 주인이 꾸지람을 내리시려나 하는 불안에 그의 가슴이 웅하고 뛰 는 것을 느끼며 사랑으로 나왔다. 그의 눈등이 근지러우며 눈물이 날 만큼 사랑은 밝았다.

무영탑

현진건 | 유페이퍼 | 3,000원 구매
0 0 108 3 0 1 2021-01-20
『무영탑』은 빙허 현진건의 장편 소설이다. 경주 불국사 석가탑의 조영을 둘러싼 백제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전설을 소재로 하여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고도 경주 순례를 떠난 작가에게 무영탑(석가탑)에 읽힌 이야기는 장편소설을 완성할 만큼의 엄청난 감동을 준 것임이 분명하다. 무심히 거닐다 오곤 했던 불국사로 다시 떠나 그림자가 없는 무영탑을 만나고 싶다. 소복소복 함박눈처럼 내리는 무영탑 이야기를 읽으며 경주 순례를 떠나고 싶어진다. 신라 경덕왕 시절로 떠나 무영탑에 얽힌 이야기를 채록하고 싶어진다.

소금

강경애 | 유페이퍼 | 2,000원 구매
0 0 120 3 0 1 2021-03-27
<소금>은 1930년대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한 강경애의 중편소살이다. 작품 속에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간 시대의 아픔이 잘 녹아있다. 작가의 어린 시절 극심한 빈곤 체험과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간도 체험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식민지 농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농민들의 모습과 간도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사람들의 삶의 실상을 검열을 피해 가며 한반도 안의 독자에게 알리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생각했던 작가의 정신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역경을 헤치며 삶을 이어간 앞서 간 세대들의 끈질긴 삶의 자취가 소금처럼 남은 작품이다.

노다지

김유정 | 유페이퍼 | 2,000원 구매
0 0 89 3 0 1 2021-03-27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으로 솔숲 속은 간신 히 희미하였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만 하여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산골 호생원! 만귀는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는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 락 날아들며 얼굴을 축인다.

생명

채만식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11 3 0 5 2021-03-27
<생명>은 채만식의 단편소설이다. 오월이는 물러나앉아서 옷을 다스리고도 일어나 나가진 않고 머뭇머뭇 머뭇거린다. 불을 꺼버린 방안은 눈을 잃은 것같이 어둡다. 서방님은 이부자리 속에서 잠깐 부스럭하더니, 이내 아무 기척도 않고 죽은 듯이 누워 있다. 방안은 바스락 소리도 없이 조용하다. 밤이 아직 깊지 않건만 집안은 교교 하다. 다만 멀리 텃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새삼스럽게 아득히 들린다. 오월이는 입술까지 나와서 뱅뱅 도는 말을 도로 삼킨다. 그래도 송구스러워 말이 와락 나와지지를 않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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